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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 카이토 fanfiction】거울 명탐정 코난&카이토

안녕하세요, 모두 한 주 잘 보내셨나요?^^
이번주는 정말 많이 더웠네요. 여름이 온 것 같아요! 그리고 여름이 온다는 건 극장판 개봉일도 가까워진다는 거♡♡♡ 어서 빨리 개봉했으면 좋겠네요! 후기들 읽으면서 이미 기대감은 한껏 높여놨어요ㅋㅋㅋㅋㅋ 이번엔 n차 찍을듯?
그럼, 즐겨주시길!!!>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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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란?"  

  신이치는 의아한 기분으로 전화를 받았다.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하지만 걱정한 것이 무색할 정도로 란의 목소리는 밝았다. 
  "신이치, 사건 해결은 잘 됐어?"
  "응? 하는 중이야. 무슨 일 있어?" 
  "아직 하는 중이구나. 
  "응?"
  이상한 뉘앙스에 신이치가 눈을 깜빡였다. 우리끼리 놀다니, 이건 무슨 말이지?
  란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사실, 우리 지금 신이치 있는 쪽에 가는 중이거든. 거기서 축제를 크게 한대! 마침 나카모리 아저씨와 메구레 아저씨도 가신다기에 겸사겸사 함께 오게 됐어. 바쁘겠지만, 잠깐 나올 시간 있을까?"
  뭐?!

  한편, 하쿠바와 카이토가 있는 방의 분위기는 심각하기 그지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한 사람만 심각했다.
  "용서하지.. 못했다고요?"
  "응. 감정이 그렇다고. 이성적인 건 아냐." 
  카이토가 씩 웃었다.
  "너무 걱정하지는 마. 평소엔 별 생각 없으니까."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게 문제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생각한 하쿠바였지만, 소리 내어 말할 수는 없었다. 감정과 이성이 따로 노는 것을 이해 못할 나이는 아니지 않는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외면하고 있었다는 카이토의 부채감도 충분히 가능하고. 이건 말로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닌데.. 
  "하쿠바."
  갑작스럽게 이름이 불린 하쿠바는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눈을 들어 보자 카이토가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웃고는 있었지만 왠지 진지한 기색이다. 이 사람이 무슨 말을 하려고 이러지?
  "나에 대해서는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쉬운 상황은 아니지만, 그래도 잘 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가끔 힘들 때가 있어도 뭐, 너나 탐정 녀석들이 잘 해주지 않겠어?"
  그렇게 말하며 웃는 카이토를 하쿠바는 이번에야말로 놀라서 바라보았다. 힘들 때 나나 탐정들이 있다니.. 이게 무슨 소리지?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었나? 
  카이토가 잠시 생각하는 듯 했다.
  "그리고 아버지에 대해서는.. 아직 극복하지 못한 게 사실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예전처럼 힘들지는 않고, 지금은 뭐라도 하고 있다는 생각에 정신적으로도 한결 나은 것 같아. 물론 몸이 위험하기는 하지만 말이야."
  그렇게 말하고는 장난스럽게 웃어보인다.
  "그러니 지켜보는 입장에서 걱정되는 것도 알고, 조마조마한 것도 알지만.. 조금 더 믿어주지 않을래? 그게 쿠로바 카이토든, 괴도 키드든 어느 쪽이든 좋으니까."
  "........."
  하쿠바는 완연히 할 말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내가 무슨 말을 들은 거지. 이렇게 솔직하게 속내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이었나. 아니, 내게 이렇게 대하는 사람이었나?!
  산에서 내려오기 직전, 딱 지금처럼 카이토가 진지하게 하쿠바를 마주했던 적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 특별한 경우였고, 그랬기에 자신도 한 번뿐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스스로에게 큰 상처일 아버지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솔직하게 말해준 것뿐만 아니라, 위험한 일이 생길 경우 탐정들을, 그리고 나를 믿고 있다고..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었나?!
  하쿠바가 너무 할 말을 잃고 바라보자 카이토가 조금 민망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말한 자신으로서도 반응이 이렇게 나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나 보다. 그로서는 솔직한 진심을 말한 것 뿐. 산에서 내려오면서부터는 더이상 거짓을 말하지 않기로 스스로에게 결심했기에.

  '이거, 조금 민망해져 버렸나..'
  그렇게 생각한 카이토였으나, 어차피 언젠가는 하고 지나갈 이야기였으므로 지금 입을 연 것은 후회하지 않았다. 나와 손을 잡으려면 탐정들도 알아 두어야 할 내용이었고, 언젠가 말한다면 처음은 아마 하쿠바가 될 것이라고, 자신도 막연하게 그리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아오코를 제외한 누군가에게 처음으로 속내를 털어놓는다면 아마 하쿠바일 것이라고.. 언젠가부터 그렇게.
  문득 지난번에 신이치가 한 말이 떠오르면서 카이토는 살짝 얼굴을 붉히고 말았다. 그래, 친구라는 거지.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은 없고 그 때도 극구 부인하기에 바빴지만, 지금 와서는 부인할 수도 없고 그럴 생각조차 들지 않고 있었다. 그래, 어느샌가 자신에게 있어서 하쿠바는 친구였다. 때로는 전우에 가깝고, 때로는 티격태격하는 동급생에 가까웠지만 그 어떤 순간에도 옆에 있고 의지할 수 있는. 언제부터였을까. 처음에는 재수없는 탐정으로만 생각했던 녀석이 내 범위에 이렇게 가까이 들어온 것은.
  그 순간을 특정할 수는 없고 그럴 생각도 없었지만, 카이토는 지금 자신이 느끼는 기분이 그리 싫지만은 않았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자신은 누군가에게 때로 기대고 싶다고, 의지하고 싶다고 생각해왔던 것 같다. 물론 아오코가 있었으나 아오코는 전우라기보다는, 언제까지나 안전한 곳에 도피시켜 놓고 싶은 사람이었기에. 전장에서 싸울 때에, 그 피튀기는 현장에서 옆에 있어줄 만한 사람 역시 자신에게는 필요했던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곳에, 하쿠바가 있었다.
  그래, 그러니 신이치의 말은 맞았던 것이다. 그 당시에는 자신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런데 그러고 보면 말이지, 하쿠바는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카이토는 문득 궁금해졌다. 녀석도 나를 친구라고 느끼고 있을까? 아니면 잡아 넣어야 하는 범죄자로 여기고 있을까? 아니면 괴도 키드로만 여기고 있을까? 일단 녀석이 나를 범죄자로만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태도에서 그 정도는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나를 괴도 키드로 여기기에 곁에 있는 것인지, 아니면 쿠로바 카이토이기에 옆에 있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서는.. 사실 전자 쪽에 좀 더 무게가 갔다. 뭐 나도 녀석이 탐정이라서 편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렇다면 보통 말하는 친구, 로는 될 수가 없나. 카이토가 속으로 생각했다. 그건 좀.. 좋지 않은데 말이지.
  하쿠바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기분이 나쁜 기색은 아니고 좀 어안이 벙벙한 모양이었다. 자신이 갑작스럽게 속내를 털어놔 버렸으니. 카이토는 여기에서 기다려야 할까 아니면 자리를 피해서 녀석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어야 할까 잠시 생각했다. 가만히 있기도 뭐하고. 
  하지만.. 자리를 피하면 좀 그러려나. 언제나 도망치는 건 나였으니까. 한 번쯤은.
  그렇게 생각한 카이토가 맞은편 침대에 앉았다. 참고로 하쿠바는 한 쪽 침대에 앉아 있었다. 거리가 그리 멀지는 않았다.
  저 녀석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진 카이토가 슬슬 침묵을 깰까 생각할 무렵. 하쿠바가 입을 열었다.
  "당신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응?"
  뜻밖의 질문에 조금 당황한 카이토가 하쿠바를 바라보았다. 이건 무슨 말이지? 이런 질문엔 어떻게 대답해야 해?
  다행히 하쿠바가 추가 설명을 해주었다.
  "그러니까.. 탐정으로서 보고 있습니까 아니면 동급생으로 보고 있습니까?"
  "........."
  이건 내가 방금 한 생각이랑 똑같은데.. 예리한 녀석. 
  카이토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엄밀히 말하면 나에게 있어 녀석은 탐정이라기보다는 동급생에 가깝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이렇게 말하면 상처받으려나. 탐정으로서 인정받는 걸 더 좋아하려나? 고민해 보자니 답이 쉽게 나오지 않아 조금 당황한 카이토였다. 저기, 질문 의도부터 알려주지 않으실래요. 
  이번에도 다행히, 하쿠바가 차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탐정으로서 보고 있다면 탐정으로서, 동급생으로 보고 있다면 동급생으로서 지탱해줄 수 있습니다. 어느 쪽입니까?"
  아. 이런 말이었나.
  카이토가 자신도 모르게 한숨 돌렸다. 진작 이렇게 말할 것이지, 녀석.
  그러니까 한 마디로 정리하면 탐정으로서 도움을 줄까, 아니면 동급생으로서 정서적 지지를 줄까 하는 말이었다. 그거 선택이 가능한 문제였어? 꽤 스윗한데, 이 녀석.
  으음.. 카이토가 고민했다. 이거 어떻게 대답해야 한다. 솔직히 말하면..
  카이토가 하쿠바를 보며 멋쩍게 웃었다.
  "그거, 양자택일 문제냐?"
  "........."
  이번에는 하쿠바가 조금 당황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정말 그렇잖아. 그거 분리가 가능한 거였어? 낮에는 학교에서 동급생으로, 밤에는 현장에서 괴도로 너를 만나는데. 일상이 밤이고 낮이고 겹쳐 있어서 분리하려야 할 수가 없었다. 적어도 자신에게는 그랬다. 하쿠바라면 어떨지 모르지만.
  당혹한 표정의 하쿠바는 잠시 말을 생각하는 모양새였다. 그러더니 어렵게 입을 연다.
  "아니.. 적어도 어느 쪽을 중시한다고 말해주면 신경써줄 수 있잖아요, 제가."
  음.. 
  생각보다 섬세한 녀석이었잖아.
  당황한 카이토가 생각에 잠겼다. 아니 생각해보면 섬세한 건 처음부터 그랬나. 시침 분침에 이어 초침까지 읊.. 아 지금 이런 생각은 관두자.
  중시라.. 사실 어느 쪽을 중시해서 신경써 달라고 한 말은 아니었다. 사실 하쿠바는 양쪽 면에서 은근히 든든한 도움이 되었기에. 지금 이대로도 상관 없는데 말이야. 내가 의지한다고 해서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과하게 기댈 것 같지도 않고. 이걸 어떻게 말한다?
  "음.. 그냥 이대로도 좋을 것 같은데."
  혹시 오해할까봐 카이토가 서둘러 말을 이었다.
  "탐정 역할도 잘 하고 있고, 학교에서도 나쁘지 않잖아? 응, 이대로면 돼."
  "이대로면 된다고요?"
  "응."
  카이토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쿠바가 곧바로 생각에 잠긴 표정이 되었다. 뭘 또 고민하고 그래.
  하쿠바는 꽤 시간이 흐른 후에야 시선을 들었다. 그러더니 카이토를 바라보며 씩 웃었다.
  "꽤나 의지하고 있었잖아요? 당신."
  "그런 거 아니거든."
  카이토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냥 하도 옆에 붙어 있으니까 그렇지. 너무 과대평가하지는 마."
  하쿠바는 대답하지 않고 웃기만 했다. 으음.. 이거 분위기가 너무 훈훈한데. 왠지 머쓱해진 카이토가 조금 퉁명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런데 너 나 잡을 생각은 있냐? 전에 그랬잖아, 현장에서 잡겠다고."
  "...뭐."
  하쿠바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 생각은 여전합니다.. 다만."
  "다만?" 
  "요즘 당신 하는 걸 보면 잡히기 전에 죽을 것 같아서. 그것부터 해결 보고요."
  "그럼 나야 고맙지."
  카이토가 피식 웃었다. 

  그때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너희 자냐?"
  신이치 목소리였다. 카이토와 하쿠바는 서로를 한 번 돌아보고 문가로 향했다.
  "아니 안 자는데. 무슨 일 있어?"
  카이토가 그렇게 말하며 문을 열었다. 열고 보자 신이치와 핫토리가 밖에 서 있었다. 왠지 조금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저기, 란이.. 축제 보러 온다고 하는데."
  "...축제?"
  아마 자신의 표정도 지금의 신이치와 비슷했을 것이다. 카이토는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신이치를 바라보았다. 이 시국에?
  신이치가 다 이해한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그게, 나도 곤란하다고 설명을 하기는 했는데.. 다들 이미 출발했다고 해서."
  "다들? 누구?"
  "그러니까 소노코와 아오코 상, 그리고.."
  ".......?"
  이건 또 무슨..
  "그게, 아가사 박사님이 무슨 티켓을 받으셨다고, 갑자기 비행기 표를 끊어서 오셨나봐."
  "아가사 박사님? 그럼.."
  "응."
  신이치가 한숨을 푹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탐정단 애들도 같이 왔어."
  "........."
  아이고 두야. 카이토가 이마를 짚었다. 안 그래도 복잡한 상황인데 더 복잡해지게 생겼다. 이렇게 인원이 늘어나면 아무 문제 없게 하는 데만도 일인데.. 
  "그리고.."
  "응?"
  더 있어? 놀란 표정으로 바라본 카이토에게 신이치가 안됐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나카모리 경부님과 메구레 경부님도 오셨다는데."
  ".........."
  왜?!

  그리고 아가사 박사님을 포함한 일행은, 바로 다음날 아침 호텔에 도착했다. 미처 준비할 새도 없이. 
  일행 가운데 우뚝 서 있던 나카모리 경부는 카이토를 보자마자 성큼성큼 다가왔다.
  "카이토, 잠깐 나 좀 볼까?"
  "네?"
  당황한 카이토가 머뭇거렸지만, 거절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따라가는 수밖에. 왠지 걱정된다는 하쿠바와 신이치의 시선을 뒤로하고 카이토가 경부의 뒤를 졸래졸래 따라갔다. 뭐지, 심각한 일이라도 있나? 
  사람이 없는 곳에 도착하자 나카모리 경부는 대뜸 입을 열었다. 
  "카이토, 너 몸 괜찮냐?"
  "네?"
  놀란 카이토가 눈을 깜빡였다. 
  "네, 괜찮은데요.."
  "얼마 전에 저격당했었잖아. 아직 상처도 안 나았을 텐데, 보나마나 무리하고 있을 것 같더라. 치료는 잘 하고 있지?"
  "네, 물론이죠."
  카이토가 하하 웃어보였다. 이래서 오신 거였나.
  나카모리 경부가 후우 한숨을 내쉬었다.
  "도이치에게 너를 잘 돌봐주겠다고 약속했었는데.. 이게 무슨 일인지."
  "........."
  그런 약속을 하셨었나. 카이토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나카모리 경부님이 걱정하실 만 했구나. 
  "큼큼, 어쨌든."
  나카모리 경부가 헛기침을 했다.
  "사실 여기에 오게 된 건 말이다, 저번에 키드 예고장이 나왔다는 말 들었지?"
  아, 그때 신이치와 같이 납치되었을 때의 일 말인가. 카이토가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 보니 그것도 신경써야 했었는데 워낙 정신없는 사건이 많이 일어나서 잊고 있었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그 예고장을 보낸 사람이.."
  나카모리 경부가 목소리를 낮추었다.
  "너희가 간다는 그 저택의 주인이라는 말이 들려서 말이다."
  "뭐라고요?"
  카이토가 깜짝 놀라 경부를 바라보았다. 이게 무슨..
  "무시하기에는 출처가 꽤 신빙성이 있어서 말이야. 분명 뒤가 구린 자 같은데, 네게 전화로 얘기하기에는 듣는 귀도 있을 것 같고.."
  나카모리 경부가 카이토를 째릿 바라보았다.
  "조심하라고 말해 봤자 네가 듣지도 않을 것 같으니. 그래서 직접 와 봤다."
  "아하하.."
  내가 그렇게 신뢰를 잃고 있었던가. 카이토가 어색하게 웃었다. 하긴 이제까지의 행동을 돌이켜 보면 믿어주는 게 이상하기는 했다.. 상처 자리도 아직 쑤시고 있었고.
  경부가 말을 이었다.
  "어제 내가 오면서 알아봤는데 말이다. 확실히 수상한 자이기는 하더구나. 자산이 그렇게 많은데 어떻게 벌었는지는 미지수야. 정부에 신고된 금액은 그리 높지 않은데, 엄청나게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단 말이지. 뭔가 구린 데가 있어."
  그렇겠네요. 카이토가 동의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번 돈이 아니구나. 하긴, 어제 만났을 때에도 그리 깨끗해 보이지 않기는 했다.
  "그래서 말인데.."
  경부가 입을 열었다.
  "너희 어제 그 집에 갔지? 무슨 일 없었냐?"
  ".........."
  카이토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털어놓기 시작했다.
  ..뭐, 별 수 없지 않은가.

  그로부터 한 시간 뒤. 탐정단들은 카이토와 하쿠바네 방에 조용히 모여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도피한 것에 가까웠다. 카이토는 사건의 전말을 듣고 경악한 나카모리 경부의 잔소리를 피할 장소가 필요했고, 신이치는 오랜만에 만나 반가워하는 소년 탐정단들과 소노코의 호기심 어린 시선을 피할 장소가 필요했다. 핫토리는 뭐, 그런 걸 굳이 신경쓰지는 않았지만 이 상황에 갑자기 일행이 북적거리게 되자 부담을 느끼는 기색이었다. 그럴 만도 하지.
  유일하게 멀쩡한 건 하쿠바였는데, 지친 기색이 역력한 카이토 앞에서 조금은 재미있다는 듯 웃고 있었다.
  "뭐, 좋은 쪽으로 생각하도록 해요. 최소한 긍정적인 소식은 들었잖아요? 예고장이 이쪽에서 날아갔다는."
  "그래, 그건 좋은데 말이야.."
  카이토가 베개를 푹 눌러썼다.
  "왜 굳이 오셔서 전하시냐고.. 덕분에 어제 일도 말해야 했단 말이다."
  "뭐? 말했다고?"
  신이치가 깜짝 놀랐다. 카이토가 웅얼거렸다.
  "어쩔 수 없잖아? 물어보시는데."
  그럼 어쩔 수 없지. 신이치가 한숨을 내쉬었다. 저 녀석이 나카모리 경부에게 거짓을 말할 수 있을 리가.
  "........."
  괴도 키드가 이렇게 행동할 거라고는 불과 몇 달 전까지는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말이지. 이제와 알게 된 거지만, 이 녀석은 나카모리 부녀에게는 무조건 약했다. 물론 지은 죄가 있으니 그렇겠지만.. 평소 이미지하고는 잘 안 맞는단 말이야. 어쨌든 말이지. 신이치가 생각을 털어냈다. 
  "일단 당분간 란과 아가씨들은 축제를 즐길 거라고 하니까 말이야. 그쪽은 신경쓰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카이토가 잠자코 표정을 구겼다.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거냐, 이거.. 상대는 내 정체도 알고 있다고? 아오코와 란이 와 있는 걸 알았다간 무슨 난리가 날지 모르는데. 하지만 그렇다고 솔직하게 말하고 막아서기는 어려웠다. 이미 와 버린 마당에 어떻게 할 수도 없고. 아오코에게 나중에 언질은 해줘야지.. 그러면 최소한 조심하기는 하겠지.
  속으로 한숨을 쉰 카이토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핫토리를 바라보았다.
  "얘기는 대충 들었지?"
  "쿠도 일 말이지?"
  핫토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사실이가."
  "일단 그 사람 주장에 따르면 그래. 물론 검증은 필요하겠지만, 그건 차차 시호 상과 연락해 보면 알 수 있겠지. 그러니 이 시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 봐야겠는데.." 
  카이토가 잠시 말을 멈췄다.
  "내 생각에는, 그 사람이 가진 것부터 파악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가진 것?"
  "응. 어느 정도의 힘이 있는가, 하는 것."
  "그게 무슨 말이가?" 
  핫토리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얼핏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몸이 돌아가네 마네 하고 있는 급박한 상황에서, 그것은 일단 제쳐두고 상대의 힘부터 파악하자는 것이. 하지만 이것은 말하자면 최후의 방어선이었다. 만약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게 되어도 최소한 이쪽이 무너지는 일은 없도록 하는.
  이제까지 괴도 키드로 일하면서 수많은 적들과 상대해 왔다. 그 중에 몇 번은 크게 당하기도 했었다. 그 수많은 아픈 경험을 하면서 뼈저리게 느꼈던 것은 단 한 가지, 적을 알지 못하면 이길 수 없다는 불변의 진리였다. 약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일 수도 있고 거짓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그 사람이 우리에게 어느 정도의 피해를 입힐 수 있는가. 어느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고, 얼마나 기꺼이 그것을 사용할 수 있는가. 그에 대한 방어책부터 세워야, 어느 순간 발밑이 무너져 내리는 상황을 맞지 않을 수 있었다. 상대로부터 무언가를 얻어내는 것은 차후의 일이다. 일단은 살아남아야 했다.
  핫토리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힘이라.. 그건 좀 막연한데."
  "제 연구소에 맡기면 결과가 나올 겁니다."
  하쿠바의 말이었다. 
  "상대를 알면 좀더 손쉽게 상대할 수 있겠지요. 그러면 약 쪽은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하쿠바는 카이토 맞은편에 앉아 있었으므로 자연스럽게 카이토에게 시선이 갔는데, 그 시선을 받은 카이토가 씩 웃으며 신이치를 가리켜 보였다.
  "나는 그건 신이치에게 맡길 생각이야. 저 녀석 일이니."
  그리고는 어깨를 으쓱했다.
  "잘 따라가줄 테니 리드해 보라고, 명탐정."

  명탐정, 이라..
  녀석에게서 오랜만에 들어보는 호칭이었다. 신이치는 잠시 기시감을 느꼈다. 괴도 키드 범행 현장이 아닌 호텔방에서, 그것도 한 팀이 되어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다니. 게다가 잘 따라가줄 테니 리드.. 이건 전폭적인 지지 아닌가. 정말 서비스 하나는 확실한 녀석이네. 신이치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녀석으로서는 나와 손을 잡자고 할 때 이런 일까지는 예상하지 못했을 텐데, 조금도 발을 빼는 기색 없이 기꺼이 참여해 준다. 그것이 본인을 위협하는 일이 있더라도.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자, 일단 감상은 털어내도록 하자. 지금 중요한 것은 행동이었다. 
  "나는 하이바라 쪽과 하쿠바의 연구소, 그리고 남자 쪽 루트를 동시에 들어가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
  "남자 쪽 루트?"
  "응."
  신이치가 고개를 끄덕이고 카이토를 향했다.
  "그 사람, 네게 만나자고 했었지?"
  "응."
  "만나는 조건은?"
  "........."

  카이토가 입을 다물었다. 예리한 녀석.
  신이치는 거래 내용에 대해서 자세히 들은 것이 없었다. 약을 주는 대신 보석을 훔쳐 오라고 한 것은 하쿠바에게만 말한 내용이니까. 가급적이면 본인에게는 말하고 싶지 않았는데.. 자칫하면 지저분해질 수 있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남자가 순순히 약을 주겠다고 했을 리도 없고, 분명 무언가 조건을 내걸었으리라고 추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말하지 않고 넘어가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었구나. 속으로 가볍게 한숨을 쉰 카이토가 입을 열었다.
  "보석을 훔쳐오라는데."
  ".........."
  그 말에 핫토리와 신이치의 얼굴이 동시에 굳어졌다. 그 모습을 보고 불과 몇 달 전까지 자신도 이런 제안에 비슷한 표정을 지었던 것이 떠오른 카이토였다. 산에서였지 아마. 하지만 그 때에는 그날 이후로 같은 제안을 이렇게 많이 받게 될 줄은 전혀 몰랐다. 그것도 서로 다른 약점을 틀어쥔 채.
  그래, 곤란한 상황이 맞기는 했다.
  "그래서?"
  신이치가 카이토를 바라보았다.
  "뭐라고 답했어?"
  "뭐라고 하긴."
  카이토가 어깨를 으쓱했다.
  "생각해 보겠다고 했지."
  "........."
  이번에야말로 신이치의 표정이 본격적으로 어두워졌다. 그 대화 자체를 마음에 안 들어하는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뭐, 어둠 속에서 일하다 보면 이런 제안이나 협박은 하루 걸러 한 번씩 받는다고. 이런 일로 일일이 충격받았다간 나랑 손 못 잡을걸, 명탐정. 속으로 장난스럽게 웃은 카이토가 말했다.
  "정말 훔칠 생각으로 한 말은 아니니 안심해. 그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거였으니까. 일단 자리를 피해서 곰곰이 생각해 보면 다른 방법이 나올 수도 있잖아? 지금처럼 너희들과 이야기할 수도 있고. 물론.."
  카이토가 씩 웃었다.
  "원한다면 훔칠 수도 있지만."
  "그걸 바랄 리가 없잖아."
  신이치가 딱 잘라 말했다. 흐음, 역시.
  "나 때문에 네가 새로 범죄를 저지르는 건 질색이라고."
  이래서 말 안 한 거였는데 말이지. 카이토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방금 선택할 수 있는 길 하나가 사라졌잖아. 물론 나도 정말 훔치고 싶지는 않지만..
  누군가의 죽음과 맞바꿀 수 있다면. 그렇다면 자신은 아마도..
  그때 신이치의 목소리가 상념을 깼다. 
  "하지만,"
  "?"
  "훔치는 것처럼 할 수는 있겠지."
  "그게 무슨..!"
  하쿠바의 항변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신이치가 씨익 웃었다.
  "내가 키드인 척 해서 들어가면 되잖아?"

【매직 카이토 fanfiction】그의 행방 명탐정 코난&카이토

어벤져스 보았습니다! 재미있더군요ㅎㅎ 오랜만에 아이언맨 다시 입덕했습니다ㅋㅋㅋㅋ 굿즈도 좀 지르고요. 
다소 늦었지만, 여전히 봐주시는 분들께 모두 감사드립니다!!>_< 오늘도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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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가 복잡해졌다니?"
  불길한 기분에 신이치가 카이토를 바라보았다. 웬만한 일로 이럴 녀석이 아닌데.
  카이토가 곤란한 표정으로 웃어보였다.
  "관련된 조직이 하나가 아닌 것 같아."
  "........."
  첩첩산중이군.

  카이토는 소파 위에 기대듯 앉아 있었다. 피곤하다. 앞에 앉은 신이치 역시 만만치 않게 골치아프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니까 네 말은, 하이바라가 지금 조직에서 약을 연구중이라고."
  "응. 그러니 개발 정도는 모두 파악하고 있다고 해. 그런데 아직 지속력이 네 정도까지 되는 약은 개발하지 못했다고."
  "조직 내 다른 사람이 개발했을 가능성은?"
  "뭐, 그럴 수는 있는데."
  카이토가 어깨를 으쓱했다.
  "일단은, 아가씨가 약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모양이야. 조직 내에서. 그러니 그 눈을 피해서 다른 사람이 성공했을 가능성은 별로높지 않다고 보는 게 맞겠지."
  "흐음.."
  신이치가 생각에 잠겼다.
  "다른 조직, 이라는 건가.."
  "뭐, 그것도 가설이기는 하지만."
  카이토가 입을 열었다.
  "일단 시호 상은 아는 게 전혀 없다고 하니까 말이야. 방금 전의 통화로 알아보겠다고는 했어."
  문제가 쉽지가 않군. 신이치가 미미하게 얼굴을 찌푸렸다. 상대하는 조직이 하나만 되어도 골치가 아픈데 제 3의 세력이 있을 수 있단 말이지. 이것도 가설에 불과하고, 앞으로 확인해 봐야 하니 정말 할 일이 첩첩산중이군. 카이토 쪽은 아직 손도 못 대고 있는데.. 아. 그러고 보니. 갑자기 머릿속을 스쳐지나간 생각에 신이치가 번뜩 고개를 들었다.
  "네 조수 있잖아. 어떻게 됐어?"
  "조수?"
  카이토가 고개를 들었다. 표정이 평이했다.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혹은..
  아무런 문제가 없게 보이려는 것처럼.
  대답은 바로 나오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일단 예감이 좋지 않았다. 신이치는 착잡한 심정으로 녀석을 바라보았다. 생각해 보니 그 문제도 만만치 않게 심각했었는데, 잠시 시선을 뗀 사이에 더 심각해졌나?
  "그게 말이지.."
  카이토는 말을 고르고 있었다. 이걸 어떻게 대답해야 하나.
  "일단 치료는 순조롭게 진행된.. 것 같아."
  "것 같다, 고?"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당연한 질문을 하는 신이치의 시선을 카이토가 잠시 피했다. 사실 이 건은 자신도 어떻게 설명을 해야할 지 알 수가 없었다. 신이치 일만도 골치아픈데 거기에 생각할 거리를 얹어주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물어오는 데에야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카이토가 신이치를 보며 피식 웃었다.
  "그게, 사라져 버렸거든."
  "사라지다니? 뭐가?"
  "지이가."
  "뭐?!"
  생각지도 못했던 말에 신이치가 경악했다. 사라져 버렸다니,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정확히 말하면, 쪽지 하나 남겨놓고 사라졌어."
  그렇게 말하고 카이토가 입을 다물었다. 이 녀석이 말만 하지 않았지 그동안 맘고생을 상당히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길래..
  "돌아오면 모두 설명해 드리겠다고. 죄송하지만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녀석이 살짝 고개를 숙였다. 표정을 읽을 수가 없다. 
  신이치는 할 말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일이 있었다니.. 전혀 몰랐는데!
  카이토가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핸드폰으로 연락을 해도 없는 번호로 나오고.. 다른 연락 루트도 모두 끊어졌어. 본격적으로 찾으려 하면 찾을 수도 있겠지만.. 본인이 원하지 않는 것 같으니 말이야. 지금은 일단 보류 중이야."
  그렇게 말한 카이토가 잠시 입을 다물었다. 
  "뭐, 일단은 네 일도 있고."

  그렇게 말하며 웃어보이는 녀석을 신이치는 어떻게 대해야 할 지 몰라 당황하고 있었다. 돌아오면 말씀드리겠다니,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그동안 이유도 모르는 채 기다리는 사람 입장은 어떻게 되고? 이 녀석이 혼자서 얼마나 고생하는지 잘 알면서, 유일한 조력자라는 사람이 이렇게 쪽지 하나 달랑 남겨놓고 사라져도 되는 건가? 대체 얼마나 심각한 이유가 있길래? 
  생각해 보니 자신이 다 화가 나기 시작한 신이치였다. 안 그래도 할 일을 산더미처럼 지고 있는 녀석에게, 이제는 자신의 일로 본의 아니게 짐을 더 지워버렸는데 그 와중에 이런 일이 있었다니. 그걸 우리들은 전혀 모르고 있었고 말이다. 녀석이 그 쪽지를 보고 황망했을 동안 도와주기는 커녕 폭풍 한가운데에 휘말리게 하고 말았다. 녀석이 말을 못 했을 법도 했다. 하지만 그래도, 이건.. 
  정말, 자신도 만만치 않게 힘든 상황이었지만 이 녀석이 지고 있는 짐은 자신을 초월해 있었구나. 신이치는 새삼스럽게 깨닫고 있었다. 포커페이스에 능하다는 말이 설마 이런 뜻이었나. 그동안 계속 붙어 있으면서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감탄해야 할지, 바보같다고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여기에서 녀석을 탓한다고 나아질 것은 없었다. 녀석으로서도 나름대로 최선의 방법을 택한 것 뿐이니. 솔직히 말해서 이 상황에서 뭘 어떻게 하겠는가. 조수가 나갔다고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기다려 달라고 말한 사람 상대로 적극적으로 찾아 나설 수도 없고. 신이치가 입술을 깨물었다. 녀석을 도와주겠다고 했는데, 분명히 그렇게 말했는데.. 어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만 같다.

  한편, 카이토는 신이치의 표정을 보고 오히려 자신이 처한 상황을 새롭게 인식하고 있는 중이었다. 물론 자신도 쪽지를 발견했을 당시에는 충격을 받았고, 헤어나오는 데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지만 말이지. '그' 쿠도 신이치가 저런 표정까지 짓다니. 내가 무슨 시한부 선고라도 받은 것 같잖아. 물론 저 녀석이 왜 저런 반응을 보이는지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신이치 일을 정신없이 처리하는 와중에 하나뿐인 조수가 수수께끼를 던지고 사라졌으니, 그 상황에서 도움이 되어주지 못한 것을 자책하고 있겠지. 하지만 녀석은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건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찾지 말아달라고 했는걸.. 나중에 설명하겠다고.
  문득 그 쪽지를 보았을 때의 감정이 다시 한 번 떠올라 카이토가 입술을 깨물었다.
  지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알 수 없었으나.. 대체 왜 말 한마디 없이 떠나가야 했단 말인가. 이 문제가 일어난지도 어언 한 달이 넘어가는데 나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대체 무슨 일인지, 무사하기는 한 것인지. 말이라도 했다면 이렇게 답답하지는 않았으련만. 
  솔직히 말하면, 쪽지를 발견한 후 정신을 추스르는 데에만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더더욱 탐정들에게 말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나 스스로도 정리가 안 되었으니까. 사실 아직도 그랬다.. 그래서 별로 말하고 싶지 않았는데.
  문득 머릿속에 하쿠바 녀석이 스쳐지나갔다. 이 문제는 녀석에게도 말하지 않았는데, 알게 되면 신이치 이상으로 펄펄 뛰겠지. 사실 그래서 말 못 한 것도 있긴 했다.
  분위기를 환기하려 카이토가 일부러 목소리를 밝게 냈다.
  "뭐, 남긴 말로 보면 일단은 배신한 게 아닌 것 같고, 만에 하나 그렇더라도 당분간은 일을 치지 않을 것 같으니 일단은 신경 끄고 네 일에 집중하자고."
  그러나 신이치의 표정이 전혀 밝아지지 않았다. 카이토가 한 마디 덧붙였다.
  "너도 란 상이랑 데이트 계속하고 싶잖아? 그러면 이 상태로 남아 있어야지."
  ..이 말도 별로 효과는 없었다. 으음, 의외로 책임감이 강한 녀석이었던가.
  하지만 현명한 녀석인지라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알아듣기는 한 것 같았다. 이 문제는 이쯤에서 정리하자는. 
  
  이내 신이치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너나 나나 고생이구만."
  "그러게 말이야."
  카이토가 씩 웃었다.
  "끝나면 휴가라도 내든가 해야지. 이건 뭐 직장인보다 더 일하고 있잖아?"
  "그건 그래."
  신이치도 피식 웃었다. 이제 됐다. 
  카이토가 화제를 돌렸다. 
  "자, 그래서.. 어떻게 할까? "
  "음.."
  신이치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래, 조수 일로는 더는 말하고 싶지 않다는 거지. 오늘은 이만 넘어가도록 할까. 피차 피곤할 테니.. 내 문제 해결하고 얼른 손을 보태줘야지. 카이토의 화제에 순순히 따라간 신이치가 입을 열었다. 
  "하이바라가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고?"
  "일단 본인 말로는 그래."
  그 말에 신이치가 피식 웃었다.
  "본인 말이라.. 전적으로 믿지는 않는군."
  "조직 일이니 말이야, 한 사람에게 일을 전담시키리라는 보장은 없잖아?"
  "그건 그래."
  "그래서.. 빼내올까 어떻게 할까?"
  "음.."
  "참고로 아가씨는, 계속 그곳에 남아서 힘이 되어주고 싶은 모양이야. 뭐, 최종적으로는 구출해야겠지만."
  신이치가 생각에 잠겼다. 물론 자신 입장에서는 하이바라가 그곳에 있어주는 게 백번 낫지만, 많이 미안하다. 이용하는 것 같아서. 
  "그건.. 일단 생각해 보자."
  "그러지 뭐."
  카이토가 선뜻 답했다. 신이치 입장에서는 결정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겠지. 충분히 이해할 만한 일이다.
  "그럼.. 오늘은 이만 자러 갈까? 내일 할 일도 많으니."
  신이치가 고개를 들었다. 아까 그 주제는 거기에서 드롭하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며 녀석을 보았는데, 그 표정에서 완연한 피곤이 어려 있어서, 대화고 뭐고 일단 재워야겠다는 생각에 신이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일 보자."
  "잘 자!"
  카이토가 싱긋 웃고는 방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열었다.
  "?"

  카이토는 눈을 깜빡였다. 이 무슨..
  "너희 여기서 뭐해?"
  "응? 아, 아하하."
  문에 바짝 붙어 있던 핫토리가 재빨리 물러났다.
  "지금 막 들어가려고 하는 참이었어."
  "그래?"
  카이토가 고개를 갸웃했다. 들어오려고 하던 참이었다기에는, 너무 서 있었는데.. 
  흠, 뭐 상관 없나.
  카이토가 방을 가리켰다.
  "오늘 한 얘기는 내일 공유할 테니까.. 잘 자. 피곤하지?"
  "그, 그래."
  핫토리는 왠지 당황한 표정이었다. 왜 그러지? 카이토가 의아한 표정이 되어 옆에 있는 하쿠바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길래?  
  ".........."
  하쿠바의 화가 난 표정에서 왠지 상황을 읽을 수 있었다. 이런.. 이 호텔 방음이 별로인 모양이다. 다 들렸나 본데. 
  분위기를 보아하니 핫토리도 들은 것 같고. 여기에서 자신이 뭐라 말을 해줘야 할 것 같았지만 카이토는 생각을 눌렀다. 지금 자신은 지나치게 피곤했고, 피곤하지 않더라도 별로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카이토는 모르는 척 웃어 버렸다. 
  "나 먼저 간다? 잘 자~"
  "아, 너도!"
  핫토리 녀석, 대답이 너무 빠르잖아. 카이토가 속으로 웃고는 걸음을 옮겼다. 하여튼 알기 쉬운 녀석. 
  그 뒤를 하쿠바가 바로 따라붙었다.
  그리고, 녀석이 입을 연 것은 신이치와 핫토리의 방문이 닫히고 불과 몇 초도 지나지 않아서였다.
  "그 말이 사실입니까?"
  "뭐가?"
  "당신 조수 말입니다. 사라졌다는 게 사실이예요?"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한 카이토가 하쿠바를 바라보았다. 심각한 표정에 여러 감정이 섞여 있었다. 가장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분노-아마도 지이를 향한-였고, 그 밖에 보이는 감정으로는 미미한 배신감과 서운함이 있었다. 카이토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이래서 별로 말하고 싶지 않았는데. 하쿠바에게나 신이치에게나 말이야. 내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건 나 혼자만으로도 족했다. 
  카이토는 쉽게 입을 열지 않았다.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슬슬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대충 대답을 건네줄 수는 없었다. 녀석에게는 서운해할 자격이 아마도.. 있는 것 같다.
  띵동, 소리가 나며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앞서 들어가며 카이토가 하쿠바를 돌아보았다. 그리고는 싱긋 웃었다.
  "뭐, 일단은 미뤄 두고 있었다고 할까.."
  "미뤄 두고 있었다고요?"
  녀석은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지었다. 카이토가 아무렇지도 않게 어깨를 으쓱했다. 일단 급한 김에 내놓은 대답이지만 말하고 보니 맞는 것도 같았다. 뭐, 굳이 속일 필요도 없으니 솔직하게 말해두도록 할까. 
  "응. 어쩌면 말이지."
  비밀 이야기를 하듯, 카이토가 웃었다.
  "도피 중이었을지도?"
  "..도피요?"
  "응."
  불가해한 표정이 된 하쿠바 앞에서 카이토가 웃어 보였다.
  "현실 도피중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
  "..뭐라고요?!"
  
  하쿠바는 경악했다. 현실 도피라니, 이 무슨.. 
  이게 괴도 키드 입에서 나올 말인가?! 대체 상황이 얼마나 심각했길래.. 
  하쿠바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수많은 끔찍한 상상들에 카이토가 급히 제동을 걸었다.
  "아니, 그런 의미로 한 말이 아니고."
  "아니면 뭔데요?!"
  이제 하쿠바는 완연히 흥분하고 있었다. 아까는 흥분했어도 감추려고 노력했다면, 지금은 그런 노력조차 어디론가 던져버린 지 오래였다. 이 사람은 괴도 키드 아닌가! 월하의 마술사이자 포커페이스의 대명사,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로 유명한 그 사람 아닌가! 그런데 지금.. 뭐라고?!

  하쿠바의 표정을 보고 카이토는 자신이 왠지 말실수를 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받아들이라고 한 소리는 아닌데. 
  ".........."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사실이기는 했다..
  "뭐.."
  카이토가 시선을 피했다. 
  "안 그래도 문제 많으니까 말야. 일단 미뤄두기로 한 거지. 지이는 사라진 것 뿐이고 뭐 큰일이 난 것도 아니니까.."
  말하다 말고 자신의 말에 충격을 받은 카이토였다. 생각해 보면 사라진 것 자체가 큰일이었다! 게다가 이제까지의 그 모든 문제를 고스란히 안고, 자신에게는 설명 한 마디 없이 증발한 것이다.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 해도 생각할 수가 없었다. 이 시점에 탐정들이 곁에 있어서 다행이기는 하지만 각자의 문제로 정신이 없는 상황이고, 그 중에 내 하나뿐인 조력자가 사라진 거라면..
  객관적으로 보면 정말 안 좋은 거기는 하구나.
  하아. 
  카이토가 한숨을 쉬었다. 이래서 내가 뒤로 미뤄두고 있었던 거라니까. 신이치를 납치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며칠에 한 번 걸러서 오고, 몸이 돌아오느니 다시 작아지느니 난리가 난 상황에서 그 위에 폭탄을 떨어뜨리고 싶지는 않았다. 다시 말해서, 이게 폭탄이라는 것을 자신도 알고 있기는 했다.. 어떻게 다룰지 몰라 밀쳐두고 있던 것 뿐이지.
  하지만 어쩌겠는가. 카이토도 나름대로 할 말은 있었다. 내가 솔직하게 말하면, 신이치 일 접어두고 다같이 지이를 찾으러 나서기라도 할 건가? 돌아오면 설명하겠다고, 찾지 말아달라고 한 사람에게? 찾으면 어떻게 할 거고?
  한 마디로 답이 없었다. 그 답 없는 상황에 네 명이 붙잡혀 있느니 일단 목표가 분명한 신이치 일부터 해결하는 것이 백배 나았다. 어쩌면 자신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도.
  그러니 이렇게 뒤늦게 알게 된 것에 대해서 하쿠바, 네가 배신감 느끼는 것은 충분히 이해는 하겠는데 말이야. 내 입장도 이해해 주지 않을래? 눈앞에 산적한 문제들 중 일단 급하지 않은 몇 개 정도는 뒤로 미뤄두고 싶은 심정 말이야. 내가 월하의 마술사라고 해도 사람은 사람이거든. 친구가 납치당하고, 내가 납치당하고, 협박당하고 하는 정신없는 상황에서 나만 무시하면 되는 문제 하나를 굳이 끄집어 내고 싶지는 않았어. 솔직히 말하면 나부터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고 할까.

  무거운 침묵이 감도는 와중에 엘리베이터가 층에 도착했다. 뒤에서 쏟아지는 따가운 시선을 등으로 받으며 카이토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그러고 보니 방도 같구나. 오늘 좀 피곤하겠는데.
  뒤따라오는 하쿠바는 무서우리만치 아무 말이 없었다. 카이토가 다 신경쓰일 지경이었다. 어이, 평소처럼 잔소리라도 하지? 안 하던 짓 하면 그게 더 무섭단 말이다.
  하지만 끝내 하쿠바는 방에 도착할 때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 이내 무거운 분위기가 감도는 와중에 카이토가 방문을 열었다. 이 녀석 말하지 않을 생각인가? 그럼 나야 좋지만..
  ..물론 그럴 리는 없었다.
  방으로 들어서는 카이토를 하쿠바가 잡아세웠다.
  "카이토 군, 잠시만요."
  "응?"
  한 발 들여놓고 있던 카이토가 뒤로 돌았다. 그렇게 본 녀석은 할 말을 고르고 있는 표정이었다. 아까와는 달리 화가 많이 나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다행이군. 

  하쿠바는 할 말을 찾고 있었다. 처음에는 단어의 충격이 너무 커서 이성적으로 생각하기 어려웠지만, 각고의 노력 끝에 간신히 평정을 찾은 상태였다. 현실 도피라.. 다시 생각해도 정말 아찔한 단어였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이 사람도 사람이지. 문제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잠시 미뤄두고 싶어했을 수 있었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러니 잔소리는 조금 접어 두도록 할까.
  "앞으로는 바로바로 말하세요. 그러면 제가 해결 방법을 찾을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말하고 하쿠바는 방으로 휙 들어가 버렸다. 놀란 카이토가 눈을 깜빡였다.
  "..그것뿐이야?"
  "더 해 줘요?"
  "아니 그건 아니고.."
  좀 당황한 카이토가 서둘러 안으로 들어와서 문을 닫았다. 
  "난 뭐랄까, 네가 좀 더 잔소리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뭐, 그럴까도 생각했습니다만."
  하쿠바가 카이토를 째릿 노려보았다.
  "이미 반성은 좀 한 것 같아서요. 앞으로만 안 그러면 됩니다."
  "그래?"
  앞으로는..이란 말이지. 장담은 못 하겠지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카이토는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노력은 해 볼게.
  그런 카이토를 무슨 생각인지 복잡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하쿠바가, 문득 한숨을 쉬었다.
  "가끔 당신이 대체 무슨 생각으로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
  그런 말 들을 정도인가. 겉옷을 벗고 있던 카이토가 작게 웃었다.
  "그렇게 이상해?"
  "상식적이질 않잖아요. 문제가 생기면 혼자서만 가지고 있는 게. 신이치 군 사건도 그렇고 지이 상 일도.. 그렇게 혼자 끌어안고 있다가 큰 일이라도 생기면 어떻게 할 거예요?"
  마지막 말이 조금 자존심을 건들지 않을까 싶었지만, 정작 카이토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이었다. 하긴 이런 발언에 일일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이 아니기는 했다. 
  그래, 스스로에게는 기이하리만큼 관심이 적은 사람.
  마치 이미 돌아가신 아버지와, 아오코만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 것 같은.. 그렇게 느껴질 정도로 스스로의 존재에 가치를 적게 부여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문득 하쿠바는 궁금해졌다. 대체 이 사람은 왜 이런 성격인 걸까. 어렸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기는 했지만, 그 이후에 무언가를 빼앗기거나 부족함을 느낀 적은 없다고 알고 있다. 머리도 좋고, 교우관계도 좋고 집에 재력도 충분히 있다. 부족한 게 뭐 하나 없는 사람이 왜 이렇게 스스로의 존재를 아무렇지 않게 평가하는 걸까. 
  물어보고 싶었으나 솔직하게 답해줄 것 같지 않아 하쿠바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그게 아니더라도 가뜩이나 골치아플 사람에게 어려운 질문을 던지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기에, 하쿠바는 바로 이어진 카이토의 말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건 아마 나 혼자 살아남았기 때문이 아닐까."
  놀란 하쿠바가 고개를 들었다. 이건 무슨..? 고개를 들고 보자 카이토가 싱긋 웃고 있었다. 속내를 들킨 건 둘째치고, 마치 아무렇지도 않은 주제를 다루는 것 같은 그 표정에 하쿠바는 다시 한 번 당황했다. 이 사람 오늘따라 솔직한 것 같은데.. 왜 그러지?
  카이토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옷장으로 돌아섰다.
  "그날 어머니는 일이 있으셔서 극장에 못 오셨어. 나 혼자 공연을 보러 갔었는데.. 아버지는 눈 앞에서 돌아가시고. 곧이어 소동이 일어났는데."
  카이토는 담담히 말했다.
  "그 와중에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거든."
  하쿠바가 경악한 표정으로 카이토를 바라보았다. 갑작스러운 주제 선정은 둘째치고, 내용 역시 당황스럽기 그지없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 이 사람은?! 
  "당신은 그때 여덟살이었어요! 아무것도 못 하는 게 정상입니다. 아니 어른이라 해도 그 상황에서 대체 뭘 할 수 있었단 말입니까?!"
  "그야 그렇지."
  카이토가 어깨를 으쓱했다.
  "하지만 감성이라는 게 논리로 이길 수 있는 게 아니잖아. 난 당시에 어렸고, 네 말대로 어른이었더라도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는 건 맞는데, 뭐랄까.."
  카이토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뭐라도 했어야 한다는 느낌이라고 할까. 아무것도 하지 못한 데 대한 자책이라고 할까."
  카이토의 시선이 하쿠바에게 향했다. 
  "이성적인 이유에서 온 감정은 아니야. 단지 그 때.. 나는 사랑하던 사람이 눈앞에서 죽어가고 있었는데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데다가, 그날 이후 십 년에 가까운 세월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살았어. 물론 이걸 가지고 누가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지만.."
  카이토가 살짝 시선을 내렸다. 
  "그냥 내가. 나 스스로가.. 아직은, 용서하지 못한 것 같아."
  잔잔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 날의 나 자신을. 그저.. 그뿐이야."
  
  같은 시각, 핫토리는 신이치를 쫓아다니고 있었다. 
  "쿠도, 아까 한 얘기 사실이가?"
  "무슨 얘기?"
  "키드 말이다, 키드! 조수가 사라졌다며?"
  그거 들렸어?
  신이치는 조금 당황했다. 여기 방음이 그렇게 별로인가? 문이 닫혀 있었을 텐데.
  굳이 말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미 알고 있는 마당에 부정하기에도 뭣해서 신이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사라졌다고 하더라. 쪽지 놓고 갔대."
  "쪽지?"
  그것까지는 못 들었나? 신이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다시 돌아오면 모두 설명하겠다고 했다는데."
  "허어.." 
  핫토리의 반응이었다. 
  그 반응이 무슨 의미든 간에, 신이치도 동감이었다. 당황스럽기 그지없지.
  "뭐 그래서 일단은 이쪽에 집중하기로 했는데.."
  신이치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빨리 해결하고 도와줘야겠지. 지금 나선다 해도 별 도움은.."
  그때였다. 갑작스러운 전화벨 소리가 두 사람의 대화를 가로막았다. 누구지, 이 시간에? 잠시 의아한 눈빛을 교환한 둘이 소리의 근원지를 찾았는데, 다름아닌 신이치의 핸드폰에서 나는 소리였다. 발신자에는 뜻밖의 인물이 떠 있었다. 
  고개를 갸웃한 신이치가 전화를 받았다.
  "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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