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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로 걸어들어가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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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 카이토 fanfiction】호의, 그 서늘하면서도 차가운 명탐정 코난&카이토

안녕하세요!!>_< 즐거운 한가위입니다. 모두 편안한 휴식 취하고 계신가요?
베르무트를 처음 등장시킬 때는 미처 몰랐는데, 아무래도 이분 당분간 상당한 지분을 차지하실 모양입니다ㅎㅎ 베르무트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즐거운 에피소드일 수도 있겠네요. 그럼, 즐겨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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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티니는 달콤하다. 그래, 아마 지금 저 도련님이 마시고 있을 핫초코만큼이나.
  베르무트는 미소지으며 몸을 의자로 기댔다. 여기에서 만날 거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는데, 정말 뜻밖의 만남이라 기뻐해야 할지, 아니면 이런 상황에서 만나게 된 것에 대해..
  네게 미안해해야 할지.
  그 중 어느 쪽이 될지는 그 아이의 결정에 달려 있었다. 나는 어디까지나 보조자일 뿐이니까. 나는 네게 무대를 만들어 주고, 그 뒤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는 연출자에 지나지 않으니까. 베르무트는 속으로 웃었다. 도이치, 보고 있어? 지금 당신의 아들이 내 눈앞에 있어. 지금 다소 놀란 듯 동그랗게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귀여웠는지 몰라. 진주에 잠시 흠칫한 것도, 잠시지만 겁을 먹은 것도.
  그래, 그때의 당신과 똑같았어. 이 어린아이가 말이야. 당신은 그런 귀염성은 좀 없었지만.. 그래도. 나와 제대로 놀아보기도 전에 당신은 그렇게 가버렸으니, 당신의 마지막 남은 유산인 저 아이와 내가 놀아본다 해도 당신은 불만 같은 것은 없겠지. 안 그래? 
  괴도 키드는 포커페이스로 유명하다. 그 사실은 아주 잘 알고 있엇다. 그것은 애초에 쿠로바 도이치의 것이었고, 그것이 나에게, 그리고 현 대의 괴도 키드에게 내려왔다. 그렇기에 지금 저 아이는 놀란 표정을 그야말로 순식간에 감추고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어보이고 있는 것이겠지만. 그렇지만.. 그 알맹이는. 그 속내는 여전한 17세 어린아이일 것이라는 것을 나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글쎼,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일까. 너를 무너뜨리고 싶은 것일까? 검은 조직의 일원으로서. 아니면 개인적인 친분으로 너와 가까워지고 싶은 걸까? 어느 쪽인지는 나도 정확히 모른다. 여자의 마음은 본인조차도 잘 알지 못하는 때가 많단다, 아가야. 그러니 네가 지금 여기에서 결정을 내려주지 않으련? 내가 너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그리고..
  이 상황에 네가 어떻게 반응할지.

  앞에 앉은 남자는 지루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래, 이런 사업 제안 같은 것은 수십번은 들어 왔겠지. 보통이라면 한 번 얼굴 보기도 힘든 사람이었겠지만, 조직 보스의 인맥은 그야말로 막강해서 베르무트는 어렵지 않게 약속을 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가 지금 자신의 말을 귀기울여 듣는지 듣지 않는지 정도는 별로 문제되지 않았다.
  자신은 사업을 할 생각이 애초부터 없었으니까.
  나와 당신이 손을 잡는 일도, 혹은.. 당신이 그 어떤 사람과도 손을 잡는 일은, 앞으로 영영 없을 테니까.
  베르무트는 매혹적으로 웃으며 앞에 있는 잔에 손을 가져갔다. 당신에게는 마지막 만찬, 그리고 어떠면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탄생. 당신은 보지 못하고 죽겟지만, 그래도 축배 정도는 들어주지 않겠어?
  지금이야말로 진정한 괴도 키드의 탄생일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카이토는 상대를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가 벌어지려 하고 있다. 저 사람은 지금 분명 무언가를 하려 하고 있다. 그런 확신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필요하다면 누군가를 죽일 수도 있는 사람. 목적을 위해서는 손을 더럽히지 않는 사람. 그렇다면..
  그렇다면 지금, 설마.

  "그럼, 연락 기다릴게요."
  베르무트는 매끄럽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미 상대방은 흥미를 잃은 지 오래였다. 이런 의무적인 사업적인 약속 같은 것은 그의 입장에서는 많고 많은 것들 중 하나이겠지. 아마 잊어버릴 필요도 없이 아예 듣지도 않았을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것 정도는 상관 없었다. 지금 당신 앞에 깨끗하게 비워져 있는 위스키 잔, 그것만이 내가 원하던 것이었으니까. 더는 줄 필요도 없고 줄 수도 없을 거야. 마지막 인사치고는 꽤 근사하지 않아? 이렇게 멋진 레스토랑에서, 빛나는 미래의 두 아이가 지켜보는 가운데 끝을 낸다면. 당신도 만족할 수 있겠지.
  그럼, 이것으로 안녕.
  "조심히 들어가세요."
  "네, 그쪽도."
  간단한 인삿말이 오갔다. 그 인사를 건네는 와중에도 날카롭게 찔러들어오는 두 시선에 베르무트는 그만 속으로 웃고 말았다. 저런 눈빛이 얼마만이더라. 그래, 예전에는..
  그 사람도 나를, 정확히 저런 표정으로 바라보았었는데. 
  이미 오래 전의 일이었다.

  "신이치,"
  카이토가 신이치를 바라보았다.
  "너도 내가 생각하는 거 생각하고 있어?"
  "..아마." 
  신이치의 손이 아플 만큼 테이블을 움켜쥐고 있었다. 그러더니 시선이 정면으로 카이토를 향했다.
  "뭐라고 생각해? 독? 아니면 다른 방법?"
  "독일 가능성이 높겠지. 저 위스키는.."
  "하지만 독이면 증거가 남을 텐데, 어째서.."
  순간 신이치가 덜컥 경직했다. 신이치와 카이토의 시선이 공중에서 엉켜들었다.
  변장을 하면 들킬 리가 없지 않은가. 
  범인은 애초에 세상에 존재한 적이 없었다. 애초부터 존재한 적이 없는 사람, 범죄를 저지르고 바람처럼 사라져 버린 사람. 그러니 경찰로서는 잡을 방도가 없을 것이었다. 뒤늦게 현장을 찾아와 보아도 이미 범인은 세상에서 감쪽같이 사라진 다음일 테니까.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분명히 눈앞에 있었다. 아직 레스토랑 밖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신이치가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 잡을 생각이었다. 상대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 시간을 끌 수준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 카이토가 경찰이라도 부르면..
  하지만 그 순간,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귓가를 찔러들었다. 신이치와 카이토의 시선이 번개처럼 그곳으로 향했다. 사람들의 경악한 시선이 향한 곳은, 아직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있던 남자 쪽이었다. 피가, 붉디붉은 피가 흰색 와이셔츠에 방울져 떨어지고 있었다. 본인도 놀란 표정으로 멍하니, 떨어지는 피를 응시하고 있다. 입에서뿐만 아니라 코에서도, 그리고.. 귀에서도.
  맙소사.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믿을 수가 없었다. 많은 사건 현장을 다니면서 처참한 광경은 많이 봐 왔다고 생각했지만, 이건.. 
  그때 누군가가 옆에서 총알같이 튀어나갔다. 번뜩 놀란 신이치가 시선을 돌리자 카이토가 달려나가는 광경이 보였다. 아마도 베르무트에게.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말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혼자 상대하기에는 위험한 사람이다. 게다가 녀석은 방금 전까지 몸 상태도 별로 좋지 않지 않았는가. 본인도 그걸 알고 있을 텐데, 어째서.. 
  신이치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였다. 남자에게 달려가는 것, 그리고 카이토 쪽으로 가는 것.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카이토 쪽으로 가는 것이 당연했다. 남자에게는 이미 가망이 없어 보였으니까. 이미 독은 퍼질 대로 퍼지고, 그 뒤의 미래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포기해서는 안 된다.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여기에서 물러나서는 안 되었다. 자신을 위해서도, 카이토를 위해서도 그리고 이 남자를 위해서도. 
  신이치는, 죽어가는 사람을 선택했다. 순순히 죽게 놔둘까 보냐!
  "구급차를 불러요!"

  베르무트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는 웃었다.
  따라올 거라고 생각했다. 이 아이들이라면 분명히. 둘 중 어느 쪽이 올까, 둘 다 올까 아니면 아무도 오지 않을까. 여러 시나리오를 상상했고 그 각각은 나름의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 자신의 앞에 서서, 평정심을 잃은 채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저 아이는 마치..
  오늘 밤을 장식하는 마지막 피날레 같아서.
  마음에 들었다. 혼자 왔다는 것은 그러면, 남은 아이는 남자 쪽으로 갔다는 것일까? 이미 늦었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을 텐데. 그래, 생각해 보면 그랬다. 안 될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할 수 있는 데까지 발버둥치는 것이 인간이라 했던가. 쿨보이는 그런 성격이니까. 그러니까 지금, 분명 죽어가는 남자 곁에 붙어 최선을 다하고 있으리라고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 내 눈 앞에 서 있는 너는..
  그 남자를 포기한 거니? 아니면 내가 우선순위라고 생각한 것일까.
  여기에서의 자신의 일은 이미 끝나 있었다. 자신의 임무는 그 남자의 목숨을 끊는 것, 그것도 아이들에게 있어 최대한 충격적인 방식으로. 그 후 흔적을 남기지 않고 재빨리 복귀할 것. 명령은 명확했다. 하지만 명령대로만 움직이면 재미 없잖아, 안 그래? 모처럼 십 년 만의 만남인데. 나를 저런 식으로 바라보았던 것은 도이치, 당신이 유일했는데.
  그리운 느낌이 들어 베르무트는 살짝 웃었다. 인사 정도는 나누어도 되지 않을까. 아주 잠깐이라면.
  먼저 거리를 좁힌 것은 카이토 쪽이었다. 의외였다. 몸을 다소 사린다는 이미지였는데, 여기에서 만에 하나 내가 공격적으로 나가도 네가 감당할 수 있겠니? 아니면 너 역시..
  다음 순간, 카이토가 달려들었다.
  
  놀라운 일이었다. 폭력적인 성격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이건 정말 뜻밖의..
  하지만 생각할 틈이 없었다. 베르무트는 앞으로 찔러들어 오는 찌르기를 재빨리 쳐냈다. 하지만 쉽게 막을 수 있었던 것은 첫 한 번 뿐이었다. 조금의 주저도 없이 자신을 덮쳐오는 두 번째 공격에 베르무트는 황급히 뒤로 물러나야 했다. 이렇게 과격한 성격이었어?! 하긴.. 
  그래, 해바라기 사건 때도 몸놀림이 놀랄 정도로 빨랐지. 나도 방심해서는 안 되는 모양이었다. 그래, 도이치 당신 아들을 상대로 말이지.
  문득 이 모든 것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즐거워졌다. 그때의 그 어리디 어렸던 도련님이 벌써 이렇게 컸단 말이지. 누군가와 싸우고 다치고, 그 과정에서 많이도 아파했겠지. 그 경험이 너를 이렇게나 성장시켜 주었구나. 방금 전 살인을 한 사람에게 이렇게 주저없이 덤벼드는 것은.. 그래, 이건 도이치를 꼭 닮았어. 내가 누구인지 알면서도 조금의 두려움 없이 달려들었던 사람. 그 누구에도, 그 무엇에도 겁을 먹거나 주춤거리지 않았던 사람. 그 길의 끝이 비록 파멸로 끝났어도 베르무트는 비웃을 생각이 없었다. 화려하게 불타오르다 사라진, 딱 그 사람 같은 결말이었다. 그리고 그 사람도 지금의 너처럼..
  총구를 겨누면 멈췄었지.
  베르무트는 웃었다.
  "놀이는 여기까지야, 도련님."
  사실은 좀더 부드러운 말을 해주고 싶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자신이 건넬 수 있는 인사는 이것이 가장 부드러운 부류였다. 총을 정면으로 겨눈 채, 할 수 있는 인삿말 정도는.
  멈춰선 채 자신을 바라보는 아이를 상대로, 베르무트는 살짝 웃었다.
  "혹시 나를 기억하고 있니?"
  "........."
  아이에게서는 대답이 없었다.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까, 아니면 기억하면서도 대답하지 않으려는 것일까. 어느 쪽이든 상관 없었다. 주변의 경악한 시선을 느끼며, 베르무트는 한 발 다가섰다.
  아이는 용케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 점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 정체 모르는 자신에게 겁을 먹을 만도 한데, 방금 눈앞에서 본 광경에 흔들릴 법도 한데.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는 그 눈은 마치 예전의 그 눈빛과 같아서. 
  베르무트는 쉽게 입을 열지 않고 카이토의 눈을 찬찬히 응시했다. 그립다, 는 느낌이 드는 것은 자신이 약해서일까. 아니면 이 아이가 그만큼이나 그와 닮았기 때문일까. 총을 든 손을 아직 내리지 않으며, 베르무트는 카이토를 보며 웃었다. 이런 식으로 만나고 싶지는 않았는데. 이런 식으로 너와 적대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하지만 이미 모든 것은 정해져 있었다. 아마 그 옛날, 그가 죽었을 때부터 모든 것은 이미. 그러니 내가 여기에서 너에게 이런 말 정도는 해주어도 괜찮겠지. 아마도.. 
  베르무트는 주변의 시선을 인식하며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자신에게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이제 곧 경찰이 오겠지. 그 전에 이 대치는 끝나야 했다. 그 전에, 너에게..
  한 마디 경고 정도는.
  "며칠 내로, 네 집에 사람이 한 명 찾아갈 거야."
  내가 네게 줄 수 있는 유일한 호의.
  자신을 흔들림 없이 바라보는, 그 시선이..
  "그 사람을, 죽이도록 해."
  언젠가 검게 물든다면.
  "죽이지 않으면 네가 죽게 될 테니까."
  그렇게라도 네가 살아있을 수 있다면.
  "네가 봐줄 수 있는 상대도,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상대도 아니니까. 기회는 단 한 번뿐이야."
  총구가, 아이의 이마에 닿았다. 움찔할 법도 한데, 무서워할 법도 한데 조금의 흔들림 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 무엇보다 예쁘고, 기특해서. 이 눈길을 오래도록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답지 않게도. 
  죽지 않았으면, 하고. 그때의 그처럼 산산조각으로 흩어지지 않길, 어떤 형태로든 살아남아 있길. 가능하다면 네가 좋아하는 그 아이와, 그리고 네 가장 친한 친구가 된 그 탐정군과. 함께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게 내가 해줄 수 있는 마지막 말이야. 이제.."
  시간이 별로 없으니까. 
  군중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여기에 남아 있을 수 있는 시간도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이 얼마 안 되는 시간 동안 아이가 손장난을 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살풋 뇌리를 스쳐 지나갔지만, 베르무트는 신경쓰지 않았다. 손버릇 나쁜 건 아버지나 아들이나 똑같지. 하긴 눈앞에서 총구를 겨누고 있는 상대에게 무슨 예의를 따지겠냐만은. 그래, 지금쯤 내 옷 어딘가에 감춰져 있을 도청기, 혹은 위치 추적기는 언젠가.. 내가 찾아서 버릴 때까지만큼은 그대로 유지해줄 테니까. 그러니 그런 표정 짓지 말고 한 번만 웃어주렴. 다음에 만날 때는 안전핀이 걸려 있지 않을 테니까. 다음에 만날 때는..
  나는 네 적일 테니까.
  총구가 거두어지기 전에, 베르무트가 살풋 웃었다.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 미소. 조소도, 인위적인 웃음도 아닌 진정한 단 한 번의 미소. 안녕, 도이치의 아들. 
  만나서 반가웠어. 

  그리고 그녀는 사라져 버렸다.

  카이토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왜 쫓지 않았느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었다. 쫓을 수 없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충분히 할 수 있었는데, 내가 성공적으로 달아 놓은 추적기 역시 붙어 있을 텐데. 하지만 쉽사리 발이 떨어지지 않았던 것은 아마도 그녀가 남긴 마지막 말을 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발걸음을 돌리기 직전, 나직하게 들려왔던 말을.
  
  이곳으로는 들어오지 마. 

  그녀가 의미한 '이곳'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자신은 잘 알지 못했다. 지금 자신을 따라오지 말라는 의미인가, 아니면 더는 조직과 얽히지 말라는 의미일까. 그 해석의 여지가 너무도 넓었지만, 한 가지만큼은 분명했다. 저 사람은 지금 내게 적대적인 의미로 말을 건넨 것이 아니라는 것. 마지막에 단 한 번, 그녀가 지었던 웃음은..
  적대감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마치 오랜만에 만난 자신의 아이를 보는 듯한 그런 웃음이었다고. 모든 것을 걸고 그렇게 말할 수 있었다. 그 말만큼은 진심이라고. 진심이었다고.
  다음에 만날 때는 적이야.
  그 말도 들은 듯했다. 그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대치의 어느 순간에. 다시 만나면 나는 네게 총구를 겨누는 정도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그 때의 나는 아마 방아쇠를 당길 것이라고. 더 이상은..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카이토는 서늘한 감촉이 남아 있는 이마에 손을 가져갔다. 뭘까, 이것은. 무엇이었을까. 명백한 협박, 그리고 위협. 그리고.. 또 하나. 그 하나는 대체 무엇이었을까. 
  나를 죽일 수 있었다. 조금의 어려움도 없이 나를 죽일 수 있었다. 내가 무기를 가지고 있다고는 해도 살인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은, 그러니 지금 저 사람을 정면에서 상대할 수 없다는 사실 정도는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카드건은 총을 이길 수 없으니까. 그것도 이렇게 사각지대 하나 없이 열린 공간에서 나는 조금도 피할 수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당기지 않았다. 나를 죽이지 않고, 거기에 더해 어쩌면 도움이 될 수 있는 말까지.. 한 마디. 
  머리가 헝클어졌다.
  대체 왜. 왜 이런 짓을 한 것일까. 나를 아는 사람인가? 개인적으로, 아니면 괴도 키드로서? 아까 신이치와는 서로 알고 있는 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나는 처음인걸. 나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인데 그 눈빛은 대체 뭐란 말인가. 게다가 아까 그 사람, 처음에는 분명히.. 
  방아쇠를 당기려 했었는데. 나를 죽이려 했었는데. 그런데 왜..
  쉽게 굳는 성격은 아니다. 그 정도로 배짱이 없지도 않았다. 하지만 아까 순간적으로 굳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녀의 눈빛에 담긴 살의가 진짜였기 때문이었다. 그 사람, 정말로 나를 죽이려 했었어. 그런데 어느 순간 생각을 바꾸었다. 어느 순간 눈에 담긴 감정이, 살의에서 다른 것으로. 그리고 그 감정은 아마..
  "카이토!"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카이토는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모든 것이 느리게 돌아가고 있었다.
  "괜찮아?!"
  방금 전의 일을 본 것일까. 카이토는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나는 괜찮다. 그 사람은 내게 손가락 하나 대지 않았으니까. 뭐, 총구 정도는 댔지만.
  "카이토!"
  자신에게서 반응이 나오지 않자 신이치가 다급하게 흔드는 것이 보였다. 카이토가 눈을 깜빡였다. 대답을.. 해줘야.
  "응, 괜찮아."
  "그 사람이 방금 뭐 했어?!"
  "..아무것도."
  총구는 겨눴지만.
  처음에는 나를 죽이려 했지만, 단지 그뿐.
  단지..

  카이토는 신이치의 손을 떼어냈다. 뭔가 있다. 분명 뭔가. 나는..
  "카이토?"
  옆에서 신이치가 당혹스러워하는 것이 보였다.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이 술렁거리는 것도 들려왔다. 카이토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기억을 더듬어 가고 있었다. 본 적이 있다. 나는 저 사람을 아마도 본 적이 있었다. 어디에선가.. 어디에선가 저런 눈빛을, 나는.

  아아.
  카이토가 눈을 감았다.
  그 사람이었구나.

  당신이었구나. 

【매직 카이토 fanfiction】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선전포고 명탐정 코난&카이토

좋은 밤입니다!>_< 오늘 하루 무사히 보내셨나요?
역대급 태풍이라 저는 집 안에만 박혀 있었습니다ㅋㅋㅋ 바람이 정말 무섭더군요. 다들 다치지 않고 무사히 하루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즐겁게 읽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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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이토가 신이치의 시선을 따라 건너편을 바라보았다. 과연, CCTV에서 본 적 있는 한 남자가 걸어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다소 큰 키에 호리호리한 체형, 자신의 정보에 따르면 한 중견 기업의 간부인 사람이었다. 그 옆에 같이 있는 사람은 저택의 남자. 동행인을 향해 친절한 웃음을 짓고는 있었으나 다소 지루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아무래도 오늘은 형식적인 비즈니스 미팅이 될 모양이었다. 뭐, 물론 들어 두어서 나쁠 것은 없겠지만. 
  신이치와 카이토가 잠시 눈빛 교환을 했다. 여기에 있다가 자칫 들킬 우려도 있었으나, 그들이 들어옴과 동시에 자리를 피하면 의심을 사기 쉬웠다. 게다가 이곳은 입구와 출구가 하나뿐이어서, 지금 일어났다가 정면에서 마주치고 싶지 않다면 당분간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했다. 다소 위험할 수는 있지만 말이지.
  카이토는 잠시 접시를 내려다보았다. 이제 장식용 풀 몇 점을 제외하고는 남아 있는 것도 없었다. 식전빵도 아까 다 먹어버렸고. 이를 어쩐다. 카이토가 잠시 고민에 잠겼다. 입이 좀 심심한데.
  "뭐라도 시키지 그래?"
  그 기색을 읽은듯 신이치가 피식 웃었다.
  "오랜만에 먹어서 소화 못시킬까봐 걱정했는데, 그럴 필요는 없었군."
  "한창 자랄 나이거든."
  투덜댄 카이토가 메뉴판을 집어들었다. 간단한 거라도 시켜볼까. 뭐, 진짜로 시키는 건 그렇다 해도 일단은 자연스럽게 대화할 필요는 있었다. 
  "초코라도 시키지 그래?"
  앞에서 신이치가 재미있다는 듯 바라보았다. 
  "너 단 거 좋아하잖아."
  "지금 배부른데.."
  고민하면서도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갔다. 핫초코, 파르페, 초코 케잌까지, 과연 먹음직스러운 디저트가 한가득 실려 있었다. 카이토는 저만치에 앉아 있는 남자들을 의식하지 않으려 노력하며 메뉴판을 바라보았다. 핫초코를 시킬까? 아냐, 여기 좀 더운 것 같으니 아이스로..
  그때 누군가가 다가오는 기척에 카이토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가뜩이나 긴장하고 있는 상황이라 사소한 것에도 신경이 곤두섰다.
  눈을 들고 보자 뜻밖에도 한 종업원이 친절한 웃음을 띠고 서 있었다. 
  "주문하신 음료 가지고 왔습니다. "
  "?"
  아마 자신의 표정에 떠오른 의아함이 신이치의 얼굴에도 떠 있었을 것이다. 주문? 무슨 주문? 
  하지만 미처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종업원이 공손한 태도로 손을 움직였다. 지금 보니 자그마한 쟁반을 들고 있었다. 그곳에 있는, 아니 있었던 것은 음료 둘. 그 중 하나가 먼저 종업원의 손을 타고 신이치의 앞에 안착했다. 향으로 보건대 진하게 우려낸 커피였다. 그리고 자신의 앞에 놓인 것은.. 진하디 진한 핫초코.
  핫초코?
  ..웬 핫초코?
  좋아하는 음식을 앞에 두고 있었으나 마냥 좋아할 수도 없던 카이토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종업원을 바라보았다. 이게 무슨 일이지? 처음 찾은 레스토랑에서, 마침 신이치와 내가 딱 좋아하는 음료를 서비스로 주는 행사를 하고 있었다? 그랬을 리는 없고. 더군다나 행사라 하기에는 너무 자연스럽게 음료를 각자의 위치에 뒀는데.
  마치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그 순간 그야말로 순식간에, 위기감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온 것은 아마 카이토 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신이치 역시 앞에 놓인 커피가 마치 독약이라도 되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둘의 반응을 아는지 모르는지, 빈 쟁반을 정리한 종업원이 공손하게 둘을 바라보았다.
  "더 필요하신 건 없으십니까?"
  "........."
  둘의 시선이 잠시 마주쳤다. 그 시선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했다. 신이치가 종업원을 바라보았다.
  "이 주문, 누가 한 건가요?"
  "아."
  종업원이 작게 웃었다.
  "아실 거라고, 하셨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죠?"
  "그 이상은 저도.. 만약 여쭤보시면 아실 거라고만 답해드리라고, 그렇게 전해들었습니다."
  "........"
  전해들었다, 라.
  첩첩산중이군. 
  신이치의 얼굴이 구겨졌다. 카이토는 지금 자신의 표정도 만만치 않게 심각하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이건 어떻게 봐도 놀아난 건데. 내가 설마 죽을 곳에 신이치를 데려온 것은 아니겠지.
  그러나 카이토는 패닉에 빠지지는 않았다. 위기에 처한 것이 한두 번인가. 게다가 서로 의지하자고 말한 지 오 분도 지나지 않았다. 지금 내 눈앞에 앉아 있는 사람은 동의 명탐정이지 일반인이 아니다. 괜찮아. 위험하다 해도 헤쳐나올 수 있어. 
  카이토가 종업원에게 살짝 고개를 끄덕여 가도 좋다는 표시를 했다. 어차피 더이상 아는 것은 없어 보였다.
  종업원이 물러나고, 테이블에는 잠시 침묵이 감돌았다. 신이치는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지만 차츰 침착을 찾아가는 듯했다. 잠시 생각하더니 카이토를 본다.
  "아무래도, 우리를 초대한 사람이 있는 모양이지?"
  "그런 것 같아."
  카이토가 고개를 끄덕이며 잔에 손을 가져갔다. 순간 신이치가 긴장하는 것이 느껴졌으나 카이토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진짜 마시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살펴보기라도 해야지.
  "짐작가는 건 있어?"
  "아직까진 없어."
  "그래?"
  카이토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손의 움직임에 머그컵에 담긴 핫초코가 찰랑였다. 다소 진하게 우려낸 초코.
  이건 딱 내가 좋아하는 건데.
  내가.. 좋아하는. 흐음. 그러면 나를 아는 사람인가?
  카이토의 시선이 잠시 신이치의 잔으로 향했다. 마찬가지로 짙게 우려낸 커피. 이 역시 신이치의 입맛에 맞는 음료였다. 아마 나와 신이치를 모두 잘 알고 있는 사람인 듯하지. 저택 안의 남자가 이 정도까지 우리를 알고 있을까? 아니면 혹시 알더라도, 거기까지 신경쓸 정도로 세심한 성격일까?
  답은 바로 나왔다. 아니다, 그럴 사람은 아니었다. 이건 섬세하기 그지없는 협박이었다. 너희에 대해서 속속들이 잘 알고 있다는. 너희가 언제 어디로 오는지,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총을 들이대고 하는 무식한 종류가 아닌, 섬세해서 오히려 소름이 끼칠 정도의 협박이었다. 카이토가 알기에 그럴 사람은 별로 없었다. 자신에게 적이 많다고는 해도 이제까지 다들 대놓고 협박하는 부류였지, 이렇게 은근히 조여오는 스타일은 본 적이 없다. 기껏 생각해 보자면 개릿이라 할까? 하지만 그 사람이 다른 조직원에 비해서는 부드럽다 해도, 이런 걸 할 사람 같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저택의 남자는 더더욱 그런 부류가 아니고. 만나자마자 중무장한 군대를 들여보낸 사람이, 우리 입맛에 맞는 메뉴를 시켜줄 정도로 친절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럼 누구지? 대체 누가 이런 짓을?
  순간 머릿속이 헝클어진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카이토는 잠시 고민하다가 신이치를 바라보았다. 녀석이라면 혹시 답을 알고 있을까?
  하지만 아쉽게도 신이치 역시 고개를 저었다. 짚이는 사람이 없다는 얘기였다. 
  공기가 조금 더, 무겁게 가라앉았다.
  카이토는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기로 했다. 도청 같은 걸 하고 싶으면 하라지. 우리가 이런 대화를 나눌 거라는 건 짐작했을 테니.
  "신이치, 짐작가는 게 있어? 뭐라도."
  "음.."
  신이치 역시 골치아프다는 표정이었다. 눈앞에 있는 아메리카노만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그 안에 답이 있기라도 하듯. 
  "범죄자들을 많이 잡아 넣기는 했지만, 이런 걸 할 만한 사람은 없는데. 너는 어때?"
  "나도 없어."
  "........."
  다시 침묵이 내려앉았다. 눈앞에 있는 수수께끼를 놓고 신이치와 카이토는 각자의 고민에 빠져 있었다. 이걸 두고 일어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마실 수도 없는 상황에서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었다. 차라리 눈앞에 누군가가 나타나기라도 한다면 뭘 해보겠는데.
  "가만,"
  그때 신이치가 고개를 들었다.
  "카이토 너 핫초코 좋아하지?"
  "? 당연하지."
  "나는 커피를 좋아하고. 게다가 이건 내가 좋아하는 종류거든. 과테말라 안티구아."
  "........."
  "뭐야 그 표정은."
  "..마시지 않고도 알아?"
  "향 맡으면 다 알 수 있는 거잖아?"
  "........."
  나에게는 그저 쓰고 뜨거운 물에 지나지 않는데. 
  용케 그 말을 삼킨 카이토가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해봐."
  "어쨌든,"
  카이토의 속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살짝 노려본 신이치가 말을 이었다.
  "이건 아무래도 너와 나를 둘 다 잘 아는 사람의 소행일 것 같단 말이지."
  카이토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게다가 네 경우에는 커피 종류까지 맞췄다는 거지."
  "원산지."
  "응?"
  "종류 아니고 원산지. 엄연히 달라."
  "........."
  "그러니까 뭔데 그 표정은."
  고개를 저어 생각을 털어낸 카이토가 말을 이었다.
  "그 말에는 나도 동감이야. 너와 나를 둘 다. 하지만 그게 말이 쉽지, 가능한 일인가? 게다가 나는.."

  말을 하다 멈춘 카이토를, 신이치는 잠시 의아하게 바라보았으나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괴도 키드가 아닌 낮의 너는 평범한 고등학생일 뿐이니까. 나를 협박할 생각이라면 굳이 너의 취향에까지 맞추어서 가져다줄 필요는 없겠지. 그렇다면 이거 더 위험한데. 이걸 보낸 사람은 나뿐만 아니라 카이토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지. 그런데 낮의 녀석은 아무리 봐도 위험하다거나 견제할 만한 사람이 아니고. 어떻게든 밝은 쪽으로 생각해 보려 해도 이건 괴도 키드에게 보낸 것 같았다. 괴도 키드와 동의 명탐정에게.
  ".........."
  첩첩산중이군.
  가슴이 돌덩이에라도 눌린 기분에 신이치가 한숨을 한 번 쉬었다. 겨우 식사 끝냈더니 바로 일이냐. 그나마 카이토 녀석이 식사를 끝낸 다음에 일이 생겨서 다행이기는 했다. 그게 아니었다면 이 녀석은 다시 쓰러질 판이었으니까. 슬쩍 녀석을 보자, 착잡한 기운이 감돌던 녀석이 이내 씩 웃어 보인다.
  "뭐, 죽이려고 드는 것보다는 낫지. 칼이 오지는 않았잖아?"  
  "칼이 온 적도 있었어?"
  "칼을 든 사람이 온 적은 있었지."
  카이토가 피식 웃으며 손에 든 나이프를 한 번 휘릭 돌렸다.
  "자, 그럼 우리도 한 번 시작해 볼까. 이 정도면 신사적이잖아?"
  신이치는 자신 몫의 커피를 한 번 내려다보고는 수긍했다.
  "하긴 그렇지. 먹고 죽을 수도 있기는 하지만."
  "설마?"
  카이토는 피식 웃었으나 마실 기색은 없어 보였다.
  "자, 그럼 생각해 보자고. 누군가가 너와 나의 정체를 동시에 알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여기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카이토의 시선이 신이치에게 향했다.
  "이 일이, 마침 저 사람들이 들어온 것과 같은 시간에 일어났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겠지."
  "우연일 수도 있기는 하지."
  신이치가 어깨를 으쓱했다.
  "어딘가에서 보고 있다면 가능할 수도 있어. 저 사람들이 보낸 것으로 위장하려 했을지도."
  "그건 그래."
  그 말을 끝으로 카이토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러더니, 불쑥 묻는다.
  "눈 마주치면, 위험하려나?"
  "........."
  이 녀석 직설적인데. 신이치는 입술이 조금 마르는 것을 느꼈다. 식사하러 왔다가 이 무슨 스릴러물이냐. 돌아볼까 말까로 이렇게 고민하고 있다니.
  "글쎄, 본다고 쏠 것 같지는 않은데. 왜, 보려고?"
  "응."
  카이토가 고개를 끄덕였다.
  "읽을 수 있을지도 몰라. 분위기라든가, 기타 등등."
  "그럼.."
  "좋아."

  카이토는 조금 전에 들어온 사람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 시선의 이동이 참으로 길었다는 것은 굳이 첨언하지 않겠다. 어디 가서 쉽게 긴장하는 성격은 아닌데 말이지. 
  시선을 돌려보자 평범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두 사람이 보였다. 저택의 남자가 벽쪽에, 그리고 기업의 간부가 통로쪽에 앉아 있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테이블 방향이 이쪽과 같아 두 사람 다 표정은 잘 보였다. 바꿔 말하면 이쪽도 잘 보일 거라는 거지만, 일단은 좋은 쪽으로 생각하자.
  카이토는 먼저 저택의 남자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자신이 가진 모든 능력을 동원해서 최대한 읽어낼 생각이었다. 어디 한 번 하는 데까지 해보자.
  그렇게 본 남자의 얼굴에는 지루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예의상의 웃음일 뿐. 지금 먹고 있는 아스파라거스를 끝냄과 동시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고 싶어하는 표정으로 가득했다. 그러면서도 앉아 있는 것을 보면 중요한 비즈니스 상대인가? 카이토는 그렇게 생각하며 표정을 한참 살폈으나, 다른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협박을 할 사람 같지는 않았다. 물론 상대도 포커페이스의 달인이라 원래 표정을 숨기고 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지만, 거기까지 들어가면 그건 이미 자신이 어떻게 해볼 수 있는 단계가 아니었다. 가까이 가볼 수도, 말을 붙여볼 수도 없는 상황에서는 여기가 한계였다. 자, 그렇다면 다른 사람을 보도록 할까.
  저택의 남자 맞은편에 앉아 있는 사람은 호리호리한 체격이었다. 상대에게 무언가를 열심히 말하는 중이었다. 사업 제안이라도 하는 건가. 입술을 읽으려면 못 읽을 것도 없었지만, 앞뒤 문맥까지 이해하려면 꽤나 오래 바라보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었다.
  카이토는 일단 표정에 집중했다. 자신의 사업을 살명하려는 열정.. 음? 카이토가 고개를 갸웃했다. 저게 열정인가? 열심히 말하고는 있지만 무언가 위화감이.. 저거 진심이 아닌 것 같..
  그 순간.
  카이토는 딱딱하게 굳어졌다.
  시선이, 정면으로..
  그 남자의 시선이. 방금 전까지 눈앞의 남자에게 열정적으로 떠들고 있던 기업의 간부가, 한순간 카이토와 똑바로 시선을 마주 바라본 것이다. 한순간이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는 충분한 메세지를 전달한 것이었다.
  너를 알고 있다는.
  내가 너를, 아주 잘 알고 있다는..
  외면할 수 없을 만큼 명확한 메세지. 
  머릿속이 순식간에 헝클어졌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눈이 마주친 후에도 카이토는 용케도 시선을 피하지 않고 있었는데, 그건 상대도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길었던 건지, 아니면 그렇게 느껴졌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둘의 시선은 한동안 떨어지지 않고 맞대어져 있었다. 그 가늘면서도 긴 선이, 신경줄을 타고 올라와 마침내 온몸에 긴장감을 불어넣으려고 할 때..
  남자가, 웃었다.
  웃었다.
  살짝이지만, 확실하게. 카이토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와중에 머릿속이 하얗게 백지가 되어갔다. 뭐지, 저 남자는. 나를 아나? 아니면 나를 알고 있는 사람인가? 나는 분명히 초면인데, 왜 저런.. 
  잠시 후 남자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열정적인 이야기를 다시금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 오히려 카이토의 눈이 붙박힌 채 움직일 줄을 몰랐다. 방금 전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카이토, 카이토!"
  작게 부르는 소리에 카이토가 번뜩 정신을 차렸다. 시선을 돌리고 보니 신이치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소 놀란 듯한 눈을 하고.
  "무슨 일이야? 아는 사람이야?"
  "..아니."
  카이토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모르는 사람이야."
  "모르는 사람인데 그렇게 오래 보고 있었어? 아는 기색인 것 같던데.."
  "저 사람이, 나를 아는 것 같았어."
  "응?"
  카이토가 신이치를 바라보았다.
  "함께 들어온 사람. 저 남자가 나를 아는 것 같아."
  "뭐?"
  안 좋은 소식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카이토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것도 아마.. 괴도 키드로."

  뭐?!
  신이치는 경악해서 카이토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뭐라고?!
  앞에 앉은 녀석은 잠시 말이 없었다. 녀석도 나름대로 충격이 심한 듯했다. 괴도 키드의 정체를 아는 사람이 있다니, 여기에서 또 한 사람이 늘었다니! 위험한 것은 둘째치고, 방금 십 초도 되지 않던 짧은 눈맞춤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신이치는 궁금해 죽을 지경이었다. 대체 왜 그런 결론을 내리게 된 건데? 
  카이토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보아하니 긴장을 풀기 위함인 듯했다. 그러더니 앞에 있는 핫초코로 손을 가져가더니, 망설임 없이 기울였다. 당황한 신이치가 몸을 일으켰다.
  "야, 잠깐.."
  "괜찮아."
  "그걸 어떻게 알아?!"
  "죽이지는 않을 거야. 적어도 이 자리에서는. 단순히 우리를 가지고 노는 게 목적인 것 같으니까."
  "그건 또 무슨.."
  말릴 새도 없이 반 넘게 비운 잔을 내려놓은 카이토가, 신이치를 바라보았다.
  "신이치, 하나만 묻자."
  "?"
  "만에 하나, 만에 하나의 말인데.."
  카이토가 입술을 깨물었다. 묻기 어려운 질문인 듯했다. 대체 뭔데 그래? 답답해진 신이치가 재촉했다.
  "뭔데? 저 사람이 무슨 말이라도 했어?"
  카이토는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말한 건 없고. 다만.."
  "다만?"
  카이토는 한숨을 쉬었다. 
  "신이치, 내가 이걸 묻는 것도 참 이상하다는 거 아는데.. 그래도 물어볼게." 
  무슨 말이기에 이렇게 뜸을 들이는 걸까. 신이치가 카이토를 보았다. 불안하다. 
  카이토가 신이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내가 하는 것처럼, 변장할 수 있는 사람 알고 있어? 목소리도 얼굴도 똑같이 바꿀 수 있는 사람. 겉보기에는 전혀 본인과 구분할 수 을 정도로 완벽하게 변장할 수 있는 사람.. 혹시 알고 있어?"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있었다, 한 사람. 카이토와 똑같은 기술을 쓸 수 있는 사람이, 한 사람..
  검은 조직에.
  "..그건 왜.."
  목소리가 절로 떨려 나왔다. 그 사람이, 여기에 어째서.
  "저 사람인 것 같거든."
  카이토가 옆 테이블을 눈짓했다. 
  "저거, 변장한 거야."
  "변장한 거라고? 어떻게.."
  "나에게 신호를 보냈어."
  카이토가 한숨을 쉬었다.
  "그것도 대놓고, 보란 듯이. 그 표정은 저 얼굴의 원래 주인이 쓸 만한 표정이 아니야." 
  "그걸 어떻게 알아?"
  "익숙하지 않은 근육이니까. 사람이 자주 쓰는 표정에 근육이 익숙해지기 마련이지. 저 얼굴의 원래 주인은 저런 표정을 지은 적이 거의 없어. 근육의 움직임이 어색한 걸 보면 알아."
  "........"
  그렇게 말하면 할 말이 없었다. 변장의 달인인 녀석이 더 잘 알겠지. 그건 그렇고..
  하아.
  그렇단 말이지. 신이치가 잠시 눈을 감았다.
  자신이 알기에 그것이 가능한 사람은 단 한 사람이었다.
  베르무트.
  그녀가 지금 이 자리에 있단 말인가.

  그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신이치 자신으로서도 잘 감이 잡히지 않았다. 거리낌없이 살인을 일삼고, 하이바라를 몇 번이나 죽이려고 했으면서도 어찌된 일인지 자신과 란에게는 포용적이던 사람. 실제로 하이바라를 죽이려고 했을 때도, 란이 감싸자 쏘지 못하고 물러나기까지 했다. 그 냉혈의 킬러가 말이지. 자신으로서는 그 이유를 알 수 없었고, 그 사람 능력의 한계 역시 짐작하기가 어려웠다. 거리낌 없이 사람을 죽이는 주제에 완벽한 변장술을 가지고 있다니, 이건 사기 아닌가.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 탐정으로서는 살인을 막기가 어려웠다. 이미 사건이 저질러진 후에야 가서 범인을 추적할 수 있을 뿐. 한 마디로 자신과는 가장 대척점에 있는 상대였다.
  간단히 말해서 제어장치가 풀린 괴도 키드라 보면 간단했다.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는 규칙 따위 없이, 언제든지 자신의 이득에 따라 움직이는. 그런 만큼 대하기도 힘들고, 상대하기도 까다로운 것이 사실이었다. 그 사람이 저기에 있단 말이지. 그것도, 이쪽의 움직임을 훤히 알고 있는 채로.
  신이치가 눈앞에 있는 커피를 내려다보았다. 젠장. 가뜩이나 어려운 일이 쌓여 있는데. 그나마 카이토 녀석이 쌩쌩해진 다음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지, 아니면 아직 휴식이 필요할 텐데 일이 커져버려서 큰일났다고 생각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상황이 변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할 수 있는 만큼 상대하는 수밖에. 
  눈을 들어보니 카이토는 반 정도 남아 있는 핫초코를 빙글빙글 돌리며 웃고 있었다. 
  "아는 사람인 모양이네."
  신이치가 고개를 끄덕였다.
  "골치아픈 사람이야? 뭐, 변장하는 걸로 봐서는 이미 충분히 그래보이지만."
  "변장하는 것 말고도 골치아픈 게 하나 더 있지."
  "뭔데?"
  "살인."
  그 순간 녀석이 덜컥 경직한 것을, 테이블 너머에서도 볼 수 있었다. 놀란 눈으로 이쪽을 응시하는 카이토를 보며, 신이치는 쐐기를 박는 기분으로 말을 이었다. 이런 말은 나도 정말 하고 싶지 않았다.
  "언제든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사람이야. 거리낌 없이, 거의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와.. 무서운 사람이었네."
  카이토가 놀란 표정을 천천히 가라앉혔다.
  "단순한 살인범이야? 아니면 다른 목적이라도?"
  "단순한 살인범은 아니야. 명령에 따라 움직이니까."
  "명령? 무슨 명령?"
  "조직의 명령."
  신이치가 카이토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코드명은 베르무트. 검은 조직의 킬러야."

  카이토는 할 말을 잃고 신이치를 바라보았다. 킬러라고? 검은 조직의, 그것도.. 저렇게나 자유자재로 변장이 가능한?
  이건 사기 아닌가. 카이토가 손에 들린 핫초코를 바라보았다. 여기에도 독이 들어 있으려나. 나 잠시 뒤에 죽는 건가?
  ..아니.. 아닌데. 
  그래, 그럴 리는 없었다. 카이토는 기억을 세세히 더듬어 올라갔다. 내가 이걸 마시고 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은, 자신을 바라보는 눈에 단순한 조소 그 이상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그건 조소라 보기에도 어려웠다. 분명 우리에게 호의만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우위를 점하고 있음을 알리는 오만한 미소에 가까웠지만, 그건 좀 더.. 
  더..
  "저 사람.."
  카이토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나도 알고 있어."
  "괴도 키드로 말이지? 네가 아까 말한.."
  "아니."
  카이토가 고개를 저었다.
  "나를 개인적으로 알고 있어. 쿠로바 카이토로서의 나를, 그리고 괴도 키드로서의 나도."
  "그게 무슨 소리야?" 
  "곧, 경고를 보내올 거야."
  "응?"
  이상한 어감에 신이치가 고개를 갸웃했다. 경고를 보냈다,도 아니고 보내올 거다? 그게 대체 무슨 말이지? 
  신이치가 앞을 바라보았다. 카이토는 차분한 표정으로 자신의 잔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기라도 하듯.
  "Three."
  "?"
  "Two."
  "카이토, 이게 무슨.."
  "One."
  그 순간, 무언가가 예고도 없이 떨어져 내렸다.
  카이토의, 반쯤 남아 있는 핫초코 안으로.

  신이치는 잠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하기 어려웠다. 뭐지? 방금 뭐가 떨어진 거지?
  카이토의 얼굴은 기이할 만큼 차분했다. 녀석은 골똘히 잔 속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언가를 떠오르기를 기다리기라도 하듯.
  그리고 그 기대에 맞추어, 잔 아래로 가라앉은 것은 곧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진하게, 검디 검게 물들어 있는 잔 안에서 떠오른 것은.. 
  작고 새하얀 보석이었다.  
  원래는 하얄 것이었으나, 그래야 했으나.. 
  지금은 검게 물들어 있는. 원래 색을 찾아보기 어렵게 더럽혀져 있는 그것은..
  "진주."
  카이토가 웃으며 신이치를 바라보았다.
  "내 탄생석이야." 
  
  이런.
  신이치는 머리가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이 상황이 대체..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선전포고로군."
  카이토가 씩 웃었다.
  
  그리고 그 말은,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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